한국문학
바비도
구분
단편 소설
저자
김성한
발표매체
사상계
발표일
1956. 5.
목차
작품해설
줄거리(사이버 문학광장 제공)
작품해설
1956년 『사상계』에 발표된 김성한의 단편소설.
「오분간」, 「개구리」 등과 함께 김성한의 소설기법과 사상적 경향을 대표하고 있는 작품으로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50년대라는 전후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소설적 대응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즉 과거의 설화적 소설 기법으로는 당시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사정에서, 이 작품이 보여 주고 있는 패러디나 풍자적 기법은 소설이 지적 구조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소설은 15세기 영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의 구체적 재현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작가의 관념을 구체적인 사건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이 인유된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패러디로 보아야 한다. 곧 바비도라는 소재는 한국의 전후 극한 상황에서 현대인의 고민이라는 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이다.
주인공 바비도가 국시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규범을 어기고 영역본 성서를 보는 자유를 누리다가, 교회의 명령이나 국왕의 권유에 따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와 자유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대인의 고민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지적 소설은 1950년대에 휴머니즘으로서의 실존사상의 유행과 함께 몇몇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데, 특히 김성한은 그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하나이다.
줄거리(사이버 문학광장 제공)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을 받은 재봉직공이다. 당시의 왕은 헨리 4세. 태자는 헨리. 후일의 헨리 5세이다.
바비도는 금지되어 있는 영역복음서 비밀독회에서 막 돌아왔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못된 세상에 태어난 것만 같다. 내일은 이단을 숙청하는 순회 재판소사람들에게 꼼짝없이 걸려들 것이다.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 아니 지도자들도 그들이 다그치면 맹세를 깨고 목숨을 구하는 것을 많이 봤다. 라틴말을 배우지 못한 자들이 자기 말로 번역을 해서 복음을 믿는 것이 사형을 받아야 될 정도로 극악무도한 것인가?
울화가 치민 바비도는 로마 교황청의 조직이 목을 조르는 위압을 느낀다. 죽음과 굴복,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해야 되는 바비도는 재가되어 사라질 자신의 손을 만져본다. 사람이란 자기의 똑바른 마음을 속이지 않을 권리가 이 천하의 어느 한 구석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바비도는 그러면서도 공포에 떨었다. 아니다. 나 같은 천한 놈이 양심을 속이지 않았다 해도 별일이 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되는대로 대답하고 목숨을 구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바비도는 기운이 빠졌다. 일감이 손에서 스르르 떨어졌다. 등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사형의 선풍이 전국을 휩쓸자 거짓회개와 거짓 눈물을 짓는 불쌍한 백성이 난무했다. 바비도는 깊은 생각을 하다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른다.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애초에 불행이 아닐까, 라는.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괜히 벽을 주먹으로 쳐보고 가래침도 뱉어 본다. 마침 어제 완성한 귀족의 옷이 걸려있다. 그것을 잡아채 던지고 찢고 오줌을 싼다. 구석에 있는 궤짝도 보기 싫다. 무엇이건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 부수고 싶다. 바비도는 재판정에 섰다.
“영역 복음서를 읽은 것이 사실이지?” “그렇습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너를 구할테니 회개하라는 사제의 권유를 그는 묵살한다. 사제의 질문에 계속 어긋나는 대답을 하는 바비도는 사제의 양심에 대해 거론을 하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묻기로 하자. 무슨 마귀의 장난으로 영역 복음서를 읽지?” 마귀의 장난? 바비도는 어처구니가 없다. 교회에서 금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라고? “교회의 명령은 교황의 명령이고 성 베드로의 명령이고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교회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계속되는 다툼에 검은 옷을 입은 사교는 회개를 하겠느냐고 묻는다. 바비도는 기가 막히다. 잘못이 없는데 무슨 회개? 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성찬의 빵과 포도주는?” “빵은 빵, 포도주는 포도주죠.”
그 후에도 회개를 유도하는 몇 번의 기회를 바비도는 거절한다. “얼마든지 살 길이 있는데 구태여 죽음을 택하는 그 심사를 모르겠구나.” “산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죠.”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느냐?” “어지러운 인간 세상에 태어난 것을 슬퍼할 뿐입니다.”
스미스필드 사형장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장작을 쌓아 놓은 더미는 그들의 자리를 잡는 제일의 조건이 되었다. 그들에게 한 사람의 죽음은 관심 밖이다. 다만 죽임의 방식에만 지대한 관심을 보일 뿐이다. 헨리 태자가 왔다. 마차에서 내린 바비도의 모습은 처참했다. 거리에 끌려 다니며 군중들의 뭇매에 시달린 자국이 역력하다. 사형장은 증오와 충성으로 이분되었다. 그들이 내는 함성은 마치 끓는 물과 같았다. 욕설과 돌멩이가 무수히 날아왔다. 헨리는 바비도를 부축했다. 포승이 풀리고 의자를 내왔다. “나는 너를 구원하러 왔다.” 헨리는 이 말을 두 번 했다.
이브의 조그만 죄가 인류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죄의 씨는 영원히 퍼져서 걷잡을 수 없는 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바비도는 반박한다. “지금 당신은 악이란 반드시 화를 당한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당신네 조상 헨리2세는 사냥터에 형의 시체를 팽개치고 왕위에 오르지 않았느냐. 나는 종살이 시절 고생스러웠던 일들도 모두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옥의 한구석에라도 영혼이 머문다면 기다리고 있겠다” 바비도는 다시 묶이고 불이 지펴졌다.
“불을 꺼라, 사람을 끌어내려라!” 헨리가 외쳤다. 거멓게 그을은 바비도에게 헨리는 자신의 이론을 최대한 양보한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은 논하지 말자, 하여간 네 목숨이 아깝구나.”
그러나 땅에 주저앉은 채 바비도는 말한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가는 심사로 떠나는 길이니 염려할 건 없습니다, 라고. 다시 하늘로 연기가 올랐다. 헨리는 바비도에게 마지막 말을 했다. 나는 오늘날까지 양심이라는 것은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력의 버섯인 줄로만 알았더니 그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네가 무섭구나, 네가…….
출처
제공처 정보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책보러가기
권영민 이미지
저자 권영민 대학교수, 문학평론가
1948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버클리에서 한국문학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 1990년 현대문... 자세히보기
제공처 정보
한국문예위원회
[네이버 지식백과] 바비도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